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般若로 가는길/가고싶은절

지리산 품속에서 42년-불락사, 산사 문화 예술 대제 봉행 우리 전통 예술의 향연으로 빛나다

 

지리산 품속에서 42년-불락사, 산사문화예술대제 봉행

우리 전통 예술의 향연으로 빛나다
불기 2570년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해 전남 구례 불락사에서 열린 제42회 산사문화예술대제
지리산 피아골에 울린 산사음악의 원류
관음무·가야금·거문고산조·진도북춤·대금연주·한량무 등 전통예술 한마당
산사음악회의 효시로 평가받는 불락사, 종교와 예술을 잇는 문화포교의 장 열어

  • 장철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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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24일 오후 전남 구례군 토지면 불락사 법고전 야외무대에서 제42회 산사문화예술대제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체육관광부, 구례군, 하동군 등의 후원으로 열렸다.

출처 : K포토저널(https://www.kphotoj.com)

제42회 산사문화예술대제의 첫 무대는 관음무로 열렸다. 자비와 구원의 상징인 관세음보살의 이미지를 춤으로 형상화한 무대가 산사의 분위기와 어우러졌다.



지리산 피아골 자락에 자리한 불락사는 오래전부터 산사음악회의 효시로 평가받아 온 사찰이다. 이날 행사에는 불자와 지역 주민, 국악 애호가, 사진 동호인들이 함께해 산사에 울려 퍼지는 전통예술의 깊은 울림을 나누었다. 

 

법고전 앞마당에는 검은 차광막 아래 불자와 지역민, 국악애호가, 사진애호가등을 위한 관객석이 마련됐고, 이른 시간부터 자리를 잡은 관객들은 산사의 고요함 속에서 국악과 무용의 향연을 산사문화예술대제를 지켜보았다

이날 첫 순서는 관음무였다.  계현순 전 국립국악원 예술감독과 홍은정 국립민속국악원이 무대에 올랐다. 관음무는 부처님의 사랑이 널리 퍼지기를 기원하는 춤으로, 자비와 구원의 상징인 관세음보살의 이미지를 춤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부드럽고 절제된 몸짓은 중생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관음의 자비심을 표현했고, 산사 특유의 고요한 공간성과 만나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금빛 의상과 절제된 몸짓이 어우러진 관음무 장면. 불락사 산사문화예술대제는 관음무로 문을 열었다.

특히 첫 무대에 오른 계현순 선생님은 한국 전통춤계에서 오랜 세월 춤의 길을 걸어온 명무로 알려져 있다. 계현순 선생님은 서울시립무용단을 거쳐 국립민속국악원 무용단 안무자,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을 역임했으며, 전북 남원에 예사랑춤터 무무헌을 마련해 후학 양성과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또한 60여 년 동안 전통춤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과 예술세계를 무대화해  온 이 시대 최고의  춤꾼으로 평가된다.


관음무에 이어 가야금 독주, 거문고산조, 진도북춤, 대금연주, 한량무, 남도민요, 피리삼중주, 태평무, 사물놀이 등 다채로운 전통예술 무대가 이어졌다.  산사음악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날 무대는 불교음악만을 좁게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한국 전통음악과 무용이 산사의 공간 안에서 하나로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의 장이었다.

현악기와 장단이 어우러진 산조 무대. 법고전 앞마당에 깊고 묵직한 국악 선율이 울려 퍼졌다.

진도북춤 공연 장면. 북을 몸에 메고 장단과 춤사위를 함께 풀어내며 남도 전통춤의 역동성을 보여주었다.


불락사 산사문화예술대제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이 행사가 단순한 연례 공연을 넘어 우리나라 산사음악회의 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제40회 산사문화예술제 보도에서도 불락사는 “국내 최초 산사음악회의 효시처”로 소개됐고, 상훈스님이 40년 동안 공연을 이어왔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 공개 자료에 따르면 상훈스님은 1986년 쌍계사 국사암 시절 박범훈 교수 등과 함께 부처님오신날 봉축 음악제를 시작했고, 1989년 지리산 피아골에 불락사를 창건한 뒤 산사음악제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대금과 관악 선율이 법고전 앞마당을 채웠다. 산사의 정적과 국악기의 숨결이 어우러진 무대였다.


불락사는 이름 그대로 ‘부처님의 음악’이라는 뜻을 품은 듯한 사찰이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 피아골로 322-50에 자리한 불락사는 지리산 피아골의 자연과 맞닿아 있으며,  1989년 휴봉 상훈스님이 창건한 사찰로  큰 법당의 이름도 일반적인 대웅전이 아니라 법고전으로 되어 있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북소리처럼 널리 전하고자 하는 뜻을 느끼게 한다.

 

 

한량무 공연 장면. 절제된 발걸음과 선비의 멋을 담은 춤사위가 관객의 시선을 모았다.


이날 무대 가운데 한량무 역시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량무는 풍류와 멋, 여유와 절제가 함께 담긴 전통춤이다. 산사라는 공간에서 펼쳐진 한량무는 단순한 기교보다 몸짓의 선과 호흡, 장단의 여백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냈다. 객석 앞에서는 사진가들이 연신 셔터를 눌렀고, 공연자들의 움직임은 법고전의 단청과 연등, 산빛을 배경으로 한 폭의 장면처럼 펼쳐졌다.

공연을 촬영하는 사진가들. 산사문화예술대제는 국악 애호가뿐 아니라 사진인들에게도 좋은 기록의 장이 되었다.


불락사 산사문화예술대제의 또 다른 의미는 종교를 넘어선 교류와 화합에 있다. 불교 사찰에서 열리는 행사이지만, 이날 현장은 불자만의 자리가 아니었다. 지역 주민, 문화예술인, 사진 동호인, 타 종교인까지 함께할 수 있는 열린 문화마당이었다. 특히 예전에도 상훈스님이 천주교 신부님과도 친분을 나누며 종교를 넘어 교류하는 모습은 이 행사의 정신을 더욱 따뜻하게 보여준다. 서로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예술과 인간적 존중을 통해 만나는 모습은 오늘날 종교가 사회에 줄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42회를 맞은 불락사 산사문화예술대제는 오랜 세월 한 스님의 문화포교 의지와 예술인들의 헌신, 지역민들의 참여가 쌓여 만들어낸 산사문화의 결실이다. 도심 공연장과 달리 산사의 무대에는 바람, 나무, 연등, 법고전의 단청, 관객의 숨결까지 함께한다. 그래서 불락사의 산사음악회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한국 전통예술이 종교적 공간 안에서 다시 살아나는 현장이자, 종교와 문화가 서로를 넓히는 만남의 장으로 남는다.

출처 : K포토저널(https://www.kphotoj.com)